안효찬 개인전

MORTAL COMEDY

2018.11.03 – 12.01

전시작가
장르
전시기간
리셉션
장소
입장료/관람료
관람시간 및 휴관일
안 효 찬  / Ahn, Hyo Chan 
설치, 조각 / Installation, Sculpture
2018. 11. 03 (토) – 12. 01 (일)
2018. 11. 03 (토) 오후 5시
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길 14-8, 스튜디오148
없음
화-토 13:00-18:00 / 일,공휴일 휴관
Introduction

기가 막히는 코미디는 항상 지근거리에서 벌어지는 일들을 재료로 필요한 모양이다. IMF가 터진 이유가 국민의 과소비라는 이야기에 당시에는 금붙이 한 조각이라도 가져갔지만, 지금은 씁쓸한 실소 밖에 내줄게 없다. 돈에 베인 상처는 살이 베인 상처가 아무는 것처럼 아물지 않는다. 저 높이 치솟은 아파트 어딘가 집 한 채를 장만하기 위해 전 인생을 걸어야하는 작금의 상황에 안효찬이 만들어낸 가상의 풍경은 그렇게 비현실적으로 보이지 않는다.

사람이며 건물이 본격적으로 장난감처럼 보이기 시작한 건 고층빌딩과 비행기의 시대로 넘어 오면서부터가 아닐까 한다. 인간이 언제 이렇게까지 높이 올라가 본 적이 있을까? 하지만 인간의 존엄성은 인간의 육체와 함께 비상하지 못했다. 높은 건물에서 아래를 바라볼 때 모든 것들은 하염없이 작아지고, 스크린을 넘어 세상 돌아가는 일들을 지켜볼 때 모든 것들은 한없이 가벼워진다. 그가 만든 세상 속 사람들 또한 그들보다 한참이나 높은 건물들에 둘러싸여 있다. 그 작은 세상을 큰 세상 속의 작은 내가 바라보고 있다. 빠르고 높이 올라가면 올라갈수록 뜨거운 태양에 이 날개가 금세 불타 없어질 것 같다. 뼈만 앙상하게 남은 철근과 다 드러난 시멘트가 이 모든 것들을 지탱하는 건 아닐 거라고 부인해본다.

폐허 속에는 기묘한 아름다움이 숨어있다. 붕괴되는 건물의 모습은 그것이 세워질 때보다 더 장엄한 광경을 선사한다. 예외 없는 모두의 실패와 몰락은 단순히 두려움만을 주는 것에서 끝나는 것이 아니라 알 수 없는 환희의 감정을 유발한다. 땅에서 직접 끄집어낸 것 같은 아주 작은 평수 위의 건물들에는 이미 녹이 슬어있다. 건물뿐만이 아니라 사람들과 땅, 그리고 돼지도 마치 타르 속에서 건진 것 마냥 까맣게 그을려있다. 제로섬게임이라도 하듯 어느 것 하나할 것 없이 재로 아스러지기 바로 직전에 그나마 전력을 다해 그 형태를 지키고 있는 것 같이 보인다.

돼지는 현실 세계에서도 고통 받고 이 작은 세상 속에서도 다른 것에 비해 그 크기가 커졌을 뿐 생명이라기보다는 건축자재의 취급을 받는다. 잠들어 있거나 혹은 죽어 있는 돼지의 모습을 보면 아무래도 소인국의 걸리버와는 다른 대접을 받고 있다. 돼지의 배를 가르면 돈이라도 나오는 것인지, 녹이 슨 건물들을 완성하려면 무언가의 희생이 반드시 필요한 것인지 어두컴컴한 건설 현장에서 힘없이 늘어진 돼지의 모습을 마주하며 묻다보면 나를 포함한 인간들을 향한 원망이 나도 모르는 사이에 생겨버린다. 하지만 이내 사람들도 큰 세상이건 작은 세상이건 이렇게 진흙탕 속에서 뼈 빠지게 일하는 모습을 보고 원망의 감정이 허무하게 주저앉는다. 돼지와 공사 현장은 그가 꾸준히 천착해온 주제이다. 그렇지만 어느 순간부터 돼지에게 집중돼 있던 시선이 돼지를 둘러싼 인간들에게 슬쩍 틀어진 것 같은 인상을 받는 이유를 여기에서 찾아본다.

안효찬의 작품들은 한걸음 더 다가와 고개 숙여 바라보기를 요구한다. 그가 만든 작은 세상에 들어오라고 손짓한다. 이 가상의 풍경은 보는 이에게 잠시나마 비극의 순간을 위에서 바라보는 전지전능한 관찰자의 역할을 부여한다. 인식의 변화는 절대 쉽게 오지 않는다. 길고 끈적이는 인지의 과정을 거치지 않는 한 그것은 시작되지 않는다. 그가 교훈적인 이야기를 통해 변화를 촉구한다고 생각하지 않는다. 다만 나비가 되어 자신을 바라보는 꿈을 꿀 수 있게끔 검고 그을린 풍경을 통해 자기 인식의 기회를 제시한다고 생각한다. 작은 비극도 결국 비극이기 때문이다.

허우중